지난 5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광주·전남 수출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광주·전남 수출 1위 지역은 아시아다. 2017년 광주광역시 전체 150억 달러 수출의 39.3%, 전라남도 311억 달러 수출의 64.5%가 아시아 대륙에서 성사됐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수출 비중과 증가율에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브루나이,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지역 10개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 비중이 광주광역시는 22.6%(약 33억9천만 달러), 전라남도는 16.4%(약 51억 달러)에 이른다. 올 7월 광주·전남 주요 품목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배, 2.5배 증가한 지역도 동남아시아의 베트남이다. 이는 2009년 9월 발효한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변화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는 "광주·전남지역 수출이 신흥시장국 경기 변동에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주로 광주시에서 생산된 반도체, 타이어, 산업용전자제품과 전남도의 비료, 농산물 등이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지역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역으로 동남아시아 교역 대상국들은 광주·전남 지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베트남 전쟁(1955-1975)이 한창이던 1967년 8월 8일 방콕에서 출범한 동남아시아 지역 연합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 5개국이 창설했고 이후 브루나이 다루살람(1984년 가입), 베트남(1995년), 라오스와 버마(1997년), 캄보디아(1999년)가 차례로 가입하면서 지금의 10개국 지역연합체가 됐다.
첫 시작은 역내 반공(反共)을 위한 정치안보 체제였지만,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세계화에 따른 과제들을 공동 대응하는 지역 공동체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유럽연합(EU) 모델을 참고삼아 2020년까지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세 기둥으로 이루어진 아세안공동체(ASEAN Community)를 이룬다는 비전을 내걸고 있다. 언어, 문화, 종교, 인종이 다른 6억 3천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은 2억3천억 달러 규모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신남방(新南方) 정책'은 바로 이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아세안과의 협력 관계를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 한반도 주변 4대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다. 아세안과의 교역이 증가하고 있는 광주·전남 지역 경제의 흐름이 반영된 정책 기조다.
사실 지역사회는 이미 20년 전부터 아세안과의 교류에 사활을 걸고 매달려 왔다. 1996년 여수시가 필리핀 세부시와 첫 자매 결연을 맺었다. 대한민국도지사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광주·전남 지역이 아세안 지방자치단체와 맺은 교류 협약은 모두 24건이다. 인구와 지역내총생산(GRDP), 지자체 예산 규모면에서 광주·전남 지역을 앞지르는 인천·경기 지역(43건), 부산·경남 지역(25건)에 어깨를 견줄 만하다.
광주·전남 지역이 아세안 지방자치단체들과 협력 관계를 맺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광주·전남 지역은 어떻게 동남아시아 지역사회와 교류하고 있을까? 아세안과의 교류를 통해 광주·전남 지역 사회가 서로 배우고 얻는 것은 무엇일까?
무등일보 창간 30주년을 맞아 사랑방미디어·무등일보·뉴시스 광주전남본부 공동 기획으로 광주·전남과 아세안의 교류 협력 관계의 실태 파악에 나선다.
이 기획에서는 그동안 단신 뉴스로만 전해졌던 지역의 광역·기초자치단체들과 아세안 지역자치단체들의 교류 협력 내용을 현장 취재해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교류의 특성에 따라 1부 산업기술, 2부 역사·문화, 3부 시장 개척, 4부 미래형 산업으로 나누어 보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무등일보 취재기자와 인도네시아 최대 시사주간 <뗌뽀(Tempo)> 출신 자유기고가가 광주·전남 5개 시, 도, 군 그리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3개국의 10개 시, 도, 군 현장 취재에 나선다.
광주·전남과 아세안의 교류협력 현실을 들여다보고, 우리는 과연 아세안의 지역 경제와 삶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돌아본다.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 '생명의 땅'을 지역 정체성과 공동체적 가치로 내건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어떻게 아시아와 교류하고 협력하는지도 점검한다. 지역의 독자들과 함께 우리와 자매도시 및 우호교류 협약 관계를 맺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시, 도, 군의 현장을 직접 살펴보는 것이 기획의 목적이다.
기획자로서 이 기획을 준비하게 만든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하며 프롤로그를 마칠까 한다.
2012년 7월 어느 날, 전라남도가 인도네시아 중부 술라웨시 해역에서 해조류 대량양식에 성공했다는 한국 언론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인도네시아 시사주간 <뗌뽀>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지 10개월째 접어들던 때였다.
1971년 창간 이후 첫 한국인 기자였던 탓에 한국-인도네시아 관련 뉴스들을 확인하고 추가 취재하는 것이 주요 일과였던 시기다. '해양 신재생 에너지 개발 쾌거', '아시아 자원기지 구축' 등 한국 언론이 대대적인 보도를 내놨지만 정작 인도네시아 언론인들은 '전남'을 알지 못했다.
전라남도가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최초로 확보한 해외 자원기지'라고 자랑스레 소개했던 중부 술라웨시주도 빨루가 지난 28일 발생한 강진으로 쓰나미 피해를 입었다. 전남도가 중부 술라웨시 쓰나미 피해 복구 및 인도적 지원에 나섰다는 소식은 아직 접하지 못했다. 2009년 전남도와 우호교류 협약을 맺은 중부 술라웨시주도 이번 기획의 취재 현장 중 한 곳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