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독립 후 토착어 보급한 지역신문…33만명 도시서 12만부 발행도
영남일보, Oct 08, 2015 (자카르타)
영남일보, Oct 08, 2015 (자카르타)
인도네시아 지역 신문의 역사는 1855년 중부 자바 수라카르타 지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도네시아에서 발행된 첫 지역신문 ‘브로마르따니(Bromartani-전면적 선언자)’는 매주 목요일 발행되는 자바어(Bahasa Jawa) 주간신문이었다. 인도네시아 지역 신문의 발간은 줄곧 인도네시아를 지배해왔던 네덜란드 식민정부가 1854년에 와서 인도네시아에 적용하는 언론법 규제를 완화해 언론 자유의 숨통이 조금 트였기 때문이다.
성공적 8개 신문 ‘聖人’으로 칭해
전국구 언론 그룹으로 성장하기도
초기엔 의식근대화·언어정비 역할
아시아로 눈돌려 지역의 미래 준비
◆여덟 명의 聖人, 지역 신문
1855년 수라카르타의 ‘브로마르따니’를 시작으로 1860년까지 동부 자바 ‘수라바야’와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민간 소유의 지역토착어 신문들이 속속 발행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토착어 신문을 통해 인도네시아인의 의식 근대화를 연구한 아흐맛 아담(코넬대학)은 1995년 발행한 저서에서 “초기 인도네시아의 토착어 언론은 인도네시아인들의 정치적 자각이 발달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초기 지역토착어 신문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독립한 인도네시아 초대 정부는 네덜란드와 일본의 식민지배기에 공용어로 쓰이던 네덜란드어·자바어 대신 인도네시아어를 국어로 정해 1만7천여 섬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비했다. 인도네시아어는 독립 이후 언론출판물을 통해 활발히 보급됐는데, 주로 수도 자카르타에서 발행하는 신문을 통해서였다.
인도네시아의 지역 신문은 1980년대 말쯤부터 지역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자카르타발(發) 전국 언론에 견줄 정도로 급성장하게 됐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동부 자바 지역매체로 시작해 전국구 언론그룹으로 성장한 ‘자와 포스(Jawa Pos)’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중심 언론의 생산과 보급은 한국 등 여타 다른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불균형 현상이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역 토착어 신문을 뿌리로 한 독립적인 지역 신문 출판의 역사가 도도하게 이어지고 있다.
언론연구가 크리스티안또 위비소노는 그의 저서 ‘직업에서 사업으로 언론의 변화(1991)’에서 성공적인 지역 신문 여덟 곳을 두고 자바섬에 이슬람교를 전파한 8명의 전도자에 빗대 ‘왈리송오(Walisongo·여덟 명의 聖人)’라 칭하기도 했다.
북부 수마트라주 메단의 ‘와스빠다(경비·보초라는 뜻)’와 ‘밈바르 우뭄(공론장)’, 서부 수마트라주 빠당의 ‘할루안(방향)’, 중부 자바주 스마랑의 ‘수아라 머르데카(자유의 소리)’, 중부 자바주 족자카르타의 ‘꺼다울라딴 라걋(민중의 통치권)’, 남부 술라웨시주 우중빤당의 ‘뻐도만 라걋(민중의 지표)’, 동부 자바주 수라바야의 ‘수라바야 포스트(Surabaya Post)’, 발리주의 ‘발리포스트(Bali Post)’ 등이 그가 꼽은 성공한 인도네시아 언론 8곳이다.
◆지역사회 동행·미래 준비
지난 9월27일, 창간 70주년을 맞은 족자카르타 지역언론 ‘꺼다울라딴 라걋(krjogja.com)’은 창간기념으로 인도네시아 전통 그림자 인형극 ‘와양(Wayang)’ 공연과 지역병원과 함께 무료 치과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평균 20~24면에 족자카르타와 중부 자바 지역 뉴스를 다루는 이 일간신문은 인구 33만여 명의 족자카르타 지역에서 매일 평균 12만5천부를 발행하고 있다.
올해로 창간 68년을 맞은 메단 지역언론 ‘와스빠다(waspada.co.id)’는 지난 1월 창간 기념행사로 ‘아세안경제공동체 2015 환영 세미나’를 개최했다. 메단과 아체 등 지역 뉴스를 중심으로 총 20면을 발행하는 와스빠다는 인구 약 1천353만 명이 살고 있는 북부 수마트라 지역 최대 일간이다. 창간 기념행사로 치러진 세미나에서는 오는 12월31일 출범하는 ‘아세안경제공동체 2015’를 앞두고 지역의 기회와 준비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자카르타의 젊은 기자들 사이에서도 ‘대표적인 지역 언론’ 하면 첫손으로 꼽는 ‘수아라 머르데카(suaramerdeka.com)’의 창간 65주년 사설도 인상적이었다. 지난 2월11일 ‘중부 자바와 함께한 65년’이라는 제목 아래 신문은 “언론산업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정보의 유통은 더욱 빨라지는 가운데, 매스미디어들이 독자의 관심을 끌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할 때 언론의 어깨는 커다란 도덕적 책임감으로 더 무거워진다”라고 언론의 역할을 되짚었다.
전 세계 서퍼들과 휴양지를 찾는 사람들에게 유명한 발리의 대표 신문 ‘발리포스트(balipost.co.id)’의 10월2일 1면 머릿기사는 지역의 역사와 인도네시아 현대사가 교차하는 발리의 지역 정체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 인도네시아공산당(PKI) 당원 가족들에게, 조코위 사과할 의향 없다’는 제목의 자카르타 대통령궁발 기사는 1965년 수카르노 정부 당시 벌어진 친위쿠데타 9월30일 운동(G30S)과 10월1일부터 시작된 정부의 조직적 공산주의자 학살사건 피해자 가족들에 대해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힌두교도의 섬 발리에는 당시 적게는 10만 명, 많게는 20만 명의 주민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살해된 아픈 역사가 있지만 인도네시아 국내외에서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발리포스트의 1면 머릿기사는 지역 신문사로서 발리를 찾는 내·외국인과 타 지역 인도네시아인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발리의 잊을 수 없는 아픔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성공적 8개 신문 ‘聖人’으로 칭해
전국구 언론 그룹으로 성장하기도
초기엔 의식근대화·언어정비 역할
아시아로 눈돌려 지역의 미래 준비
◆여덟 명의 聖人, 지역 신문
1855년 수라카르타의 ‘브로마르따니’를 시작으로 1860년까지 동부 자바 ‘수라바야’와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민간 소유의 지역토착어 신문들이 속속 발행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토착어 신문을 통해 인도네시아인의 의식 근대화를 연구한 아흐맛 아담(코넬대학)은 1995년 발행한 저서에서 “초기 인도네시아의 토착어 언론은 인도네시아인들의 정치적 자각이 발달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초기 지역토착어 신문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독립한 인도네시아 초대 정부는 네덜란드와 일본의 식민지배기에 공용어로 쓰이던 네덜란드어·자바어 대신 인도네시아어를 국어로 정해 1만7천여 섬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비했다. 인도네시아어는 독립 이후 언론출판물을 통해 활발히 보급됐는데, 주로 수도 자카르타에서 발행하는 신문을 통해서였다.
인도네시아의 지역 신문은 1980년대 말쯤부터 지역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자카르타발(發) 전국 언론에 견줄 정도로 급성장하게 됐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동부 자바 지역매체로 시작해 전국구 언론그룹으로 성장한 ‘자와 포스(Jawa Pos)’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중심 언론의 생산과 보급은 한국 등 여타 다른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불균형 현상이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역 토착어 신문을 뿌리로 한 독립적인 지역 신문 출판의 역사가 도도하게 이어지고 있다.
언론연구가 크리스티안또 위비소노는 그의 저서 ‘직업에서 사업으로 언론의 변화(1991)’에서 성공적인 지역 신문 여덟 곳을 두고 자바섬에 이슬람교를 전파한 8명의 전도자에 빗대 ‘왈리송오(Walisongo·여덟 명의 聖人)’라 칭하기도 했다.
북부 수마트라주 메단의 ‘와스빠다(경비·보초라는 뜻)’와 ‘밈바르 우뭄(공론장)’, 서부 수마트라주 빠당의 ‘할루안(방향)’, 중부 자바주 스마랑의 ‘수아라 머르데카(자유의 소리)’, 중부 자바주 족자카르타의 ‘꺼다울라딴 라걋(민중의 통치권)’, 남부 술라웨시주 우중빤당의 ‘뻐도만 라걋(민중의 지표)’, 동부 자바주 수라바야의 ‘수라바야 포스트(Surabaya Post)’, 발리주의 ‘발리포스트(Bali Post)’ 등이 그가 꼽은 성공한 인도네시아 언론 8곳이다.
◆지역사회 동행·미래 준비
지난 9월27일, 창간 70주년을 맞은 족자카르타 지역언론 ‘꺼다울라딴 라걋(krjogja.com)’은 창간기념으로 인도네시아 전통 그림자 인형극 ‘와양(Wayang)’ 공연과 지역병원과 함께 무료 치과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평균 20~24면에 족자카르타와 중부 자바 지역 뉴스를 다루는 이 일간신문은 인구 33만여 명의 족자카르타 지역에서 매일 평균 12만5천부를 발행하고 있다.
올해로 창간 68년을 맞은 메단 지역언론 ‘와스빠다(waspada.co.id)’는 지난 1월 창간 기념행사로 ‘아세안경제공동체 2015 환영 세미나’를 개최했다. 메단과 아체 등 지역 뉴스를 중심으로 총 20면을 발행하는 와스빠다는 인구 약 1천353만 명이 살고 있는 북부 수마트라 지역 최대 일간이다. 창간 기념행사로 치러진 세미나에서는 오는 12월31일 출범하는 ‘아세안경제공동체 2015’를 앞두고 지역의 기회와 준비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자카르타의 젊은 기자들 사이에서도 ‘대표적인 지역 언론’ 하면 첫손으로 꼽는 ‘수아라 머르데카(suaramerdeka.com)’의 창간 65주년 사설도 인상적이었다. 지난 2월11일 ‘중부 자바와 함께한 65년’이라는 제목 아래 신문은 “언론산업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정보의 유통은 더욱 빨라지는 가운데, 매스미디어들이 독자의 관심을 끌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할 때 언론의 어깨는 커다란 도덕적 책임감으로 더 무거워진다”라고 언론의 역할을 되짚었다.
전 세계 서퍼들과 휴양지를 찾는 사람들에게 유명한 발리의 대표 신문 ‘발리포스트(balipost.co.id)’의 10월2일 1면 머릿기사는 지역의 역사와 인도네시아 현대사가 교차하는 발리의 지역 정체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 인도네시아공산당(PKI) 당원 가족들에게, 조코위 사과할 의향 없다’는 제목의 자카르타 대통령궁발 기사는 1965년 수카르노 정부 당시 벌어진 친위쿠데타 9월30일 운동(G30S)과 10월1일부터 시작된 정부의 조직적 공산주의자 학살사건 피해자 가족들에 대해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힌두교도의 섬 발리에는 당시 적게는 10만 명, 많게는 20만 명의 주민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살해된 아픈 역사가 있지만 인도네시아 국내외에서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발리포스트의 1면 머릿기사는 지역 신문사로서 발리를 찾는 내·외국인과 타 지역 인도네시아인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발리의 잊을 수 없는 아픔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